밀도의 지도 : 열 개의 선들 / Map of Density : Ten Lines ● 같은 공간에 머물더라도 무엇을 바라보고 경험하며 기억하는지에 따라 장소의 의미는 달라진다. 우리가 경험하는 장소는 결국 수많은 시간과 감각이 축적된 하나의 지층과도 같다. ● 예술가에게 창작공간 역시 작업을 위한 물리적인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탐색하는 실험의 장이자, 서로 다른 생각과 감각이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 《밀도의 지도: 열 개의 선들 / Map of Density: Ten Lines》은 동탄 레지던시 입주작가 10인이 한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만들어온 창작의 과정과 결과를 선보이는 첫 번째 창작결과전이다. 작가들은 시간과 기억, 일상의 풍경과 감정에서부터 인간과 자연, 도시와 사회, 기술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질문과 감각으로 탐구해 왔다. ● 그렇게 축적된 기억과 감각, 질문은 저마다 다른 밀도를 이루며 열 개의 선으로 이어진다. 서로 교차하거나 나란히 흐르는 선들은 각자의 궤적을 드러내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작업세계가 관객과 만나고, 그 만남이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화성시문화관광재단

강가연_없는 풍경26-3_아사천에 동 부식, 자연적 안료, 광물안료, 체질안료_145.5×336cm_2026
강가연 / 없는 풍경 ● ‘없는 풍경(Absent Landscape)’은 자연의 흐릿한 원경을 닮았지만 실재하는 특정 장소를 재현하지 않는다. 작가는 석고가루와 모델링 페이스트로 볼록한 선을 만들고, 그 위에 동박을 입힌 뒤 용액으로 부식시켜 변성된 색을 얻는다. 여기에 흙과 석분, 나뭇재, 아교 등 자연 재료를 더해 ‘자연의 감각적 단편들’을 풍경처럼 구성한다. 균일하게 통제되지 않는 부식은 화면에 미세한 색과 질감의 차이를 만들며, 이는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의 작동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없는 풍경’은 기억과 현실, 자연과 물질 사이를 오가며 선명하게 규정되지 않는 감각을 하나의 풍경으로 펼쳐 보인다.

고은주_마음의 신호연_대나무, 라탄, 한지_약 140×140cm_2026
고은주 / 마음의 신호연 ● 《마음의 신호》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미세한 징후를 오래된 기원의 형식과 현대적 감각을 통해 다시 읽어내며, 불안을 제거하기보다 알아차리고 견디는 방식을 제안한다. 설위설경의 ‘종이바수기’, 곧 종이오리기에서 비롯된 대칭적 구도와 음양오행 사상을 담은 오방색은 정서적 균형과 안정감을 만들며, 종이를 오리고 접고 반복하는 행위는 정신을 집중시키는 수행적 시간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전통 기원문화의 상징과 조형 원리가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위로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전통 신호연(信號鳶)의 형식과 상징성을 차용해 대나무, 라탄, 한지로 제작한 「마음 신호연」은 이러한 작업을 공간적으로 확장하며, 불안을 억눌러야 할 감정이 아닌 마음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로 인식하게 한다.

권지선_공생_혼합재료_80×150×70cm_2026
권지선 / 공생 ● 작가는 사물의 내부 구조와 자유분방한 표현에 관심을 두고, 해체와 결합, 장식과 노출의 관계를 놀이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작가에게 사물을 해체하고 다시 붙이는 행위는 단순히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장식과 낙서처럼 자유로운 감각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공생」에서는 머리카락과 피부색 등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강조하며 외부와 내면의 관계를 탐색한다. 서로 다른 존재가 부딪히면서도 그 차이를 느슨하게 받아들이는 ‘공생’을 통해, 사회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때로는 위장하며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과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김류_익명의 몽타주_1개의 단서와 행위자의 산출물 #1_유기적-행위자의 산출물(종이에 드로잉), 합성-행위자의 산출물(생성형 이미지), 디지털 프린트,PLA 3D 프린팅, 황동관, 전산볼트, 아크릴채색_70×60×20cm_2026
김류 / 익명의 몽타주 1개의 단서와 행위자의 산출물 #1 ● 작가는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등 기술 기반 매체를 활용하지만, 그의 관심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에 있다. 반복해서 사과하는 조각과 뒤틀린 기계 형상, 회화에 개입하는 기계 장치는 기술의 권능을 과시하기보다 인간과 기계가 공유하는 취약한 운명을 블랙유머처럼 드러낸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피젯팅(Fidgeting)’은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무의식적 몸짓을 넘어, 시대의 불안과 공존하며 자신을 지탱하는 창작의 원리이자 기술 환경과 사회를 성찰하는 실천으로 확장된다. 김류의 작업은 결국 기술이 아닌, 그 기술을 통해 어떤 인간이 되어가는지를 질문한다.

라리킴(김현수)_Fade–Trace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26
라리킴(김현수) / Fade-Trace ● 작가는 젊은 여성의 얼굴을 극사실적으로 그리며, 가장 빛나는 순간을 붙잡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탐구한다. 작품 속 얼굴은 실재 인물이 아닌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여러 차례 수정해 완성한 것으로, 소비사회가 이상화하는 젊음과 매끄러운 아름다움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정교하게 재현한 얼굴 위에 덧칠하거나 긁고, 물감을 흘리고 번지게 하며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해체한다. 매끈한 재현과 거친 물성, 구상과 추상이 충돌하는 화면은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이 시간에 의해 변화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드러내며, 이상화된 아름다움과 이를 붙잡으려는 욕망을 함께 보여준다.

박소현_헬스장 사람들_모조지, 유포지, 트레이싱지에 연필_29.7×21cm×8_2026
박소현 / 헬스장 사람들 ● 작가의 「헬스장 사람들」은 약 1년간 매일 같은 시간대 동네 헬스장에서 마주친 익명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억한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반복되는 자세와 행동, 운동으로 변화하는 몸, 소리 등 각 인물에 대한 기억을 시각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통해 포착한다. 부풀어 오르는 근육은 프레임 밖으로 뻗어 나오는 종이 구조물로, 특정 인물에 대한 기억은 투명한 종이 위의 드로잉과 절단된 형태로 구현된다. 평면과 입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은 하나의 대상에 대한 기억이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여러 감각이 중첩되어 만들어지는 기억의 다면적인 형태를 탐구한다.

박지혜_우리들의 시간_리넨에 먹, 과슈, 실, 오일파스텔_80.3×160cm_2026
박지혜 / 우리들의 시간 ● 작가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하는 순간과 그 사이에 흐르는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작품 속 소녀는 이러한 순수함을 상징하며, 토끼와 개, 고양이 등 동물들과 함께한 시간과 기억을 품고 지키려는 존재로 나타난다. 린넨 위에 먹, 과슈, 오일파스텔을 사용하고 직접 수놓은 식물과 동물의 자수는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을 화면에 붙잡아 두는 장치가 된다. 절제된 색채와 화면 속 은은한 빛은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품은 채 더욱 소중해지는 관계와 시간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나는 순간과 그 시간을 지켜내려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서현덕_The Great John Doe_DC 모터, 스피커, 가변크기_2600×150×50cm_2026
서현덕 / The Great John Doe ● 서현덕의 「The Great John Doe」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 작가 ‘도요한(John Doe)’의 죽음과 장례를 설정하고, 작가와 테크니션 사이의 관계와 미술계의 위계 구조를 탐구한다. 도요한의 정보를 학습한 AI는 그의 이력과 작품을 생성하고, 서현덕은 ‘도요한 스튜디오’의 기술자이자 유일한 상주가 되어 그 결과를 충실히 수행한다. 가상의 작가에게 복종하는 이 역설적인 관계는 스승과 제자, 작가와 테크니션 사이에서 반복되어 온 권력의 불균형과 노동의 문제를 드러낸다. 동시에 작업의 해석과 수행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서현덕의 역할을 통해 기존의 위계를 비틀며, 창작의 주체와 대리자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질문한다.

최유희_기묘한 확장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3.9cm_2026
최유희 / 기묘한 확장 ● 「기묘한 확장」은 ‘숨김과 드러냄’ 사이의 모순된 욕망과 내면의 결핍이 증식하고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면 속 타워크레인은 끊임없이 확장과 성취를 요구받는 현대인의 모습을, 거대하게 자라난 풀은 내면의 공백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부풀리고 무장하면서도 다시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풀과 신체, 기계와 도시의 기호들은 반복되고 뒤섞이며 낯선 혼종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화려한 색채와 패턴은 내면을 감추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욕망과 상처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가 화면을 넘어 공간으로 침범하고 증식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가 욕망으로, 다시 생명과 해방의 에너지로 변형되는 ‘기묘한 확장’을 펼쳐 보인다.

최윤선_최초의 만찬_한지에 아크릴 과슈_80.3×116.8cm_2026
최윤선 / 최초의 만찬 ● 작가는 가볍고 연약하지만 사상과 역사, 문화를 기록하고 전달해 온 ‘종이’의 양면성에 주목해 자신을 대리하는 존재인 ‘종이인간’을 만든다. 중요하면서도 연약하고, 결정적인 동시에 가변적인 종이의 속성은 인간 존재가 지닌 이중성과 모순을 함축한다. 집을 찾아 길을 떠나는 종이인간의 여정은 잃어버린 자신의 근원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삶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묻는 성장의 서사로 이어진다. 작가는 동화와 우화, 신화와 미술사의 서사를 빌려 종이인간이 마주하는 삶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을 그려내며,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 화성시문화관광재단
밀도의 지도 : 열 개의 선들 / Map of Density : Ten Lines ● 같은 공간에 머물더라도 무엇을 바라보고 경험하며 기억하는지에 따라 장소의 의미는 달라진다. 우리가 경험하는 장소는 결국 수많은 시간과 감각이 축적된 하나의 지층과도 같다. ● 예술가에게 창작공간 역시 작업을 위한 물리적인 장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질문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탐색하는 실험의 장이자, 서로 다른 생각과 감각이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 《밀도의 지도: 열 개의 선들 / Map of Density: Ten Lines》은 동탄 레지던시 입주작가 10인이 한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만들어온 창작의 과정과 결과를 선보이는 첫 번째 창작결과전이다. 작가들은 시간과 기억, 일상의 풍경과 감정에서부터 인간과 자연, 도시와 사회, 기술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질문과 감각으로 탐구해 왔다. ● 그렇게 축적된 기억과 감각, 질문은 저마다 다른 밀도를 이루며 열 개의 선으로 이어진다. 서로 교차하거나 나란히 흐르는 선들은 각자의 궤적을 드러내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작업세계가 관객과 만나고, 그 만남이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화성시문화관광재단

강가연_없는 풍경26-3_아사천에 동 부식, 자연적 안료, 광물안료, 체질안료_145.5×336cm_2026
강가연 / 없는 풍경 ● ‘없는 풍경(Absent Landscape)’은 자연의 흐릿한 원경을 닮았지만 실재하는 특정 장소를 재현하지 않는다. 작가는 석고가루와 모델링 페이스트로 볼록한 선을 만들고, 그 위에 동박을 입힌 뒤 용액으로 부식시켜 변성된 색을 얻는다. 여기에 흙과 석분, 나뭇재, 아교 등 자연 재료를 더해 ‘자연의 감각적 단편들’을 풍경처럼 구성한다. 균일하게 통제되지 않는 부식은 화면에 미세한 색과 질감의 차이를 만들며, 이는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의 작동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없는 풍경’은 기억과 현실, 자연과 물질 사이를 오가며 선명하게 규정되지 않는 감각을 하나의 풍경으로 펼쳐 보인다.

고은주_마음의 신호연_대나무, 라탄, 한지_약 140×140cm_2026
고은주 / 마음의 신호연 ● 《마음의 신호》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미세한 징후를 오래된 기원의 형식과 현대적 감각을 통해 다시 읽어내며, 불안을 제거하기보다 알아차리고 견디는 방식을 제안한다. 설위설경의 ‘종이바수기’, 곧 종이오리기에서 비롯된 대칭적 구도와 음양오행 사상을 담은 오방색은 정서적 균형과 안정감을 만들며, 종이를 오리고 접고 반복하는 행위는 정신을 집중시키는 수행적 시간이 된다. 작가는 이러한 전통 기원문화의 상징과 조형 원리가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위로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전통 신호연(信號鳶)의 형식과 상징성을 차용해 대나무, 라탄, 한지로 제작한 「마음 신호연」은 이러한 작업을 공간적으로 확장하며, 불안을 억눌러야 할 감정이 아닌 마음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로 인식하게 한다.

권지선_공생_혼합재료_80×150×70cm_2026
권지선 / 공생 ● 작가는 사물의 내부 구조와 자유분방한 표현에 관심을 두고, 해체와 결합, 장식과 노출의 관계를 놀이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작가에게 사물을 해체하고 다시 붙이는 행위는 단순히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장식과 낙서처럼 자유로운 감각을 발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공생」에서는 머리카락과 피부색 등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강조하며 외부와 내면의 관계를 탐색한다. 서로 다른 존재가 부딪히면서도 그 차이를 느슨하게 받아들이는 ‘공생’을 통해, 사회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때로는 위장하며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과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김류_익명의 몽타주_1개의 단서와 행위자의 산출물 #1_유기적-행위자의 산출물(종이에 드로잉), 합성-행위자의 산출물(생성형 이미지), 디지털 프린트,PLA 3D 프린팅, 황동관, 전산볼트, 아크릴채색_70×60×20cm_2026
김류 / 익명의 몽타주 1개의 단서와 행위자의 산출물 #1 ● 작가는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등 기술 기반 매체를 활용하지만, 그의 관심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운용하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에 있다. 반복해서 사과하는 조각과 뒤틀린 기계 형상, 회화에 개입하는 기계 장치는 기술의 권능을 과시하기보다 인간과 기계가 공유하는 취약한 운명을 블랙유머처럼 드러낸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피젯팅(Fidgeting)’은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무의식적 몸짓을 넘어, 시대의 불안과 공존하며 자신을 지탱하는 창작의 원리이자 기술 환경과 사회를 성찰하는 실천으로 확장된다. 김류의 작업은 결국 기술이 아닌, 그 기술을 통해 어떤 인간이 되어가는지를 질문한다.

라리킴(김현수)_Fade–Trace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26
라리킴(김현수) / Fade-Trace ● 작가는 젊은 여성의 얼굴을 극사실적으로 그리며, 가장 빛나는 순간을 붙잡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시간에 따른 변화를 탐구한다. 작품 속 얼굴은 실재 인물이 아닌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여러 차례 수정해 완성한 것으로, 소비사회가 이상화하는 젊음과 매끄러운 아름다움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정교하게 재현한 얼굴 위에 덧칠하거나 긁고, 물감을 흘리고 번지게 하며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해체한다. 매끈한 재현과 거친 물성, 구상과 추상이 충돌하는 화면은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이 시간에 의해 변화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드러내며, 이상화된 아름다움과 이를 붙잡으려는 욕망을 함께 보여준다.

박소현_헬스장 사람들_모조지, 유포지, 트레이싱지에 연필_29.7×21cm×8_2026
박소현 / 헬스장 사람들 ● 작가의 「헬스장 사람들」은 약 1년간 매일 같은 시간대 동네 헬스장에서 마주친 익명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억한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반복되는 자세와 행동, 운동으로 변화하는 몸, 소리 등 각 인물에 대한 기억을 시각뿐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통해 포착한다. 부풀어 오르는 근육은 프레임 밖으로 뻗어 나오는 종이 구조물로, 특정 인물에 대한 기억은 투명한 종이 위의 드로잉과 절단된 형태로 구현된다. 평면과 입체,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은 하나의 대상에 대한 기억이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여러 감각이 중첩되어 만들어지는 기억의 다면적인 형태를 탐구한다.

박지혜_우리들의 시간_리넨에 먹, 과슈, 실, 오일파스텔_80.3×160cm_2026
박지혜 / 우리들의 시간 ● 작가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하는 순간과 그 사이에 흐르는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작품 속 소녀는 이러한 순수함을 상징하며, 토끼와 개, 고양이 등 동물들과 함께한 시간과 기억을 품고 지키려는 존재로 나타난다. 린넨 위에 먹, 과슈, 오일파스텔을 사용하고 직접 수놓은 식물과 동물의 자수는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을 화면에 붙잡아 두는 장치가 된다. 절제된 색채와 화면 속 은은한 빛은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품은 채 더욱 소중해지는 관계와 시간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나는 순간과 그 시간을 지켜내려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서현덕_The Great John Doe_DC 모터, 스피커, 가변크기_2600×150×50cm_2026
서현덕 / The Great John Doe ● 서현덕의 「The Great John Doe」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 작가 ‘도요한(John Doe)’의 죽음과 장례를 설정하고, 작가와 테크니션 사이의 관계와 미술계의 위계 구조를 탐구한다. 도요한의 정보를 학습한 AI는 그의 이력과 작품을 생성하고, 서현덕은 ‘도요한 스튜디오’의 기술자이자 유일한 상주가 되어 그 결과를 충실히 수행한다. 가상의 작가에게 복종하는 이 역설적인 관계는 스승과 제자, 작가와 테크니션 사이에서 반복되어 온 권력의 불균형과 노동의 문제를 드러낸다. 동시에 작업의 해석과 수행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서현덕의 역할을 통해 기존의 위계를 비틀며, 창작의 주체와 대리자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질문한다.

최유희_기묘한 확장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93.9cm_2026
최유희 / 기묘한 확장 ● 「기묘한 확장」은 ‘숨김과 드러냄’ 사이의 모순된 욕망과 내면의 결핍이 증식하고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면 속 타워크레인은 끊임없이 확장과 성취를 요구받는 현대인의 모습을, 거대하게 자라난 풀은 내면의 공백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를 부풀리고 무장하면서도 다시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상징한다. 풀과 신체, 기계와 도시의 기호들은 반복되고 뒤섞이며 낯선 혼종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화려한 색채와 패턴은 내면을 감추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욕망과 상처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가 화면을 넘어 공간으로 침범하고 증식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가 욕망으로, 다시 생명과 해방의 에너지로 변형되는 ‘기묘한 확장’을 펼쳐 보인다.

최윤선_최초의 만찬_한지에 아크릴 과슈_80.3×116.8cm_2026
최윤선 / 최초의 만찬 ● 작가는 가볍고 연약하지만 사상과 역사, 문화를 기록하고 전달해 온 ‘종이’의 양면성에 주목해 자신을 대리하는 존재인 ‘종이인간’을 만든다. 중요하면서도 연약하고, 결정적인 동시에 가변적인 종이의 속성은 인간 존재가 지닌 이중성과 모순을 함축한다. 집을 찾아 길을 떠나는 종이인간의 여정은 잃어버린 자신의 근원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삶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묻는 성장의 서사로 이어진다. 작가는 동화와 우화, 신화와 미술사의 서사를 빌려 종이인간이 마주하는 삶의 불확실성과 우연성을 그려내며,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 화성시문화관광재단

